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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이

The Animalant

 

보통 학창 시절 같은 학급이 된 수십 명 중에도 따로 말 붙이고 마음 열며 친해지게 되는 친구는 몇 명뿐이다. 또 그중 지금까지 연락하는 인연을 손가락으로 접어볼 수 있다면 감사한 일일 것이다. 우리는 같은 지구에 태어났지만 단 한번 거리에서 스치면서 마음속으로 저 사람 패션이 참 이상하다며 흉볼 인연까지 친다고 해도, 죽을 때 까지 서로 얼굴 구경 한번 못해볼 사람들이 토성근처 웜홀 넘어 만날 수많은 별 만큼일 것이다.

 

‘직장을 잘 다니던 A씨가 더 이상 공장의 회색빛 각 잡힌 부품처럼 느껴지는 자신의 모습을 못 견뎌 하던 일을 패기 있게 그만두고 티켓하나 끊어 떠난 여행에서 우연히 말이 잘 통하는 인도에서 온 처녀 B양을 만났다.' 라는 긴 문장을 적어본다. 그리고 방금 나온 '우연’이란 단어를 가지고 사람들은 세상에 우연이란 것이 존재하는지, 혹은 모든 만남은 우연을 가장한 필연일 뿐이지를 고민해보곤 한다. 결국 우리가 살아가며 인연 맺은 친구, 동네 슈퍼아저씨, 직장동료, 연인, 배우자 등 더 넓게 한번 옷깃이라도 스쳤던 많은 사람들이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내 삶에 출연하도록 정해진 등장인물들 이었는지 아니면 정말 우발적으로 내 삶에 내가 끌어들인 사람들 인지의 문제이다. 그리고 나의 관심은 전자도 후자도 아닌 필연으로도, 우연으로도 만날 수 없는 사람들에게 있다.

 

부모님과 형제자매와 함께 집이라는 공간을 나눠 쓰듯이 우리 '사람'이란 존재들은 넓은 우주에서 지구라는 공간을 나눠 쓰고 있다. 가족은 남보단 여전히 내편일 가능성이 높은 존재들이지만, 가족도 여차하면 남보다 못하다고들 한다. 이렇게 가끔 가족도 '남'이 되듯이 우리 지구에는 정말 수많은 '남'이 존재한다. 지구에 불안하게 두 발을 디딘 채 매일매일 자신의 몸뚱이를 이끌며 몇 십 초 후 미래도 알지 못하며 위태롭게 걸어가는 주제에 그 와 중 우리는 서로 편을 나누고, 서로 다르다는 이유로 미워하고 증오한다.

 

태어나서 우연으로도, 필연으로도 만날 수 없던 수많은 사람들에 대한 생각은 언제나 나를 차분하게 한다. 동 시대인들 뿐만 아니라 나보다 지구에 먼저 태어나 살다간 사람들, 내가 떠난 후 이 지구에 태어날 수많은 사람들의 존재는 저 멀리 우주의 별들을 생각할 것도

없이 항상 나에게 기분 좋은 '작아짐'을 준다. 결국 혼자 살아가고 혼자 이 세상을 떠나야 할, 떠났을 수많은 사람들 또 수많은 무명씨들의 각자의 삶들을, 살면서 반드시 울일 있었을 각자의 사연들은 나는 다 알지 못한다. 울 일 없는 삶은 없다.

 

'The Animalant'는 내가 이름붙인 하나의 세상이다. 태어나서 한 번도 서로 마주칠 일 없던 남극의 펭귄과 초원의 기린이 함께 공존하고 있는 곳이다. 지구에는 펭귄과 기린이 서로 마주칠 일이 없을 지언 정 같이 살아가고 있으니 이곳이 지구의 축소판이라고 생각해도 좋다. 우리는 우리의 과학기술로 알 수 없는 우주의 스케일과 신비에 짓눌리기도 하고, 종교의 경건함에 압도당하기도 하고, 죽음을 연상하게 하는 공포에 숨 막혀 하기도 한다. 그리고 나는 우연으로도 필연으로도 알 수 없는 수많은 사람들의 존재와 그들의 삶에 마음이 자꾸 잠긴다. 그리고 그들의 존재에 대한 인식이야 말로 나는 진정한 공존에 대한 첫 걸음이라 굳게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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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이

(金泫利)

KIM, HYUN LEE

 

 

Profile

1989 서울출생

2004 선화예술중학교 졸업, 서울

2008 선화예술고등학교 졸업, 서울

2013 고려대학교 조형예술학과 졸업, 서울

 

 

Contact

010.2070.2107

hyeon66@gmail.com

https://www.facebook.com/hyunlee66

 

 

Solo exhibition

2013 <공존의 방법>, 터치아프리카, 일산

2014 <공존의 모색>, 더페이지, 청담

 

Group exhibition

2010 <ART WITHOUT DIZZINESS> , Gallery ROOT , 서울

2010 <ASYAAF> 2부 작가 , 성신여대 , 서울

2012 <ASYAAF> 2부 작가 , 구 서울역 , 서울

2012 <몽상가들의 오후> , 삼청갤러리 , 서울

2013 <우수졸업작품전> , 이형아트센터, 서울

2013 <ASYAAF 1부 작가> , 구 서울역 , 서울

2014 <YOU! WHO? 청년작가 초대전>, 진갤러리, 서울

2015 <YAP RELOAD展>, 갤러리 일호, 서울

2015 <YAP RETURNS展> ,폴레칸네, 서울

 

Fair

2014 <Louvre Art Shopping>, 루브르 현대미술관 지하,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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