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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정

차를 타고 국도를 따라 가다 보면 길 양 옆으로 끝없이 펼쳐진 시골 풍경을 만나게 된다. 야트막한 산이 배경으로 슬며시 자리잡고, 옹기종기 모여있는 집들 사이로 나무들이 적당히 들어서있으며 그 앞에는 논과 밭이 펼쳐져 있는, 전형적인 한국 시골 마을의 모습이다. 흔하지만 정겹고 친숙한, 그리고 조금은 뻔한 풍경이다. 논과 밭은 이러한 풍경 속에서 빼놓지 않고 볼 수 있는 흔한 소재이다. 전통산수에서는 등한시되었지만 우리나라 시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논과 밭에 대한 관심으로부터 작업은 시작되었다.

중국에서 산수화를 공부하면서 장대하고 아름다운, 그야말로 ‘그림 같은’ 경치를 감상할 수 있는 곳만 다니며 사생을 해왔다. 깎아지른 듯한 절벽, 기괴한 암석들, 다양한 종류의 나무들, 장대한 폭포 등 마치 일부러 멋있게 만든 듯한 풍경들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감탄을 자아내면서도 한편으로는 눈이 질리는 것을 느꼈다. 그러다보니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어떻게 보면 심심하고 소박해서 그냥 지나칠 법한 시골 풍경에 오히려 매력을 느끼게 되었다. 너른 논밭 끄트머리 나무들 사이로 드문드문 자리한 집들, 그 뒤에는 나지막한 산과 언덕들, 특별하지는 않지만 정감 있고 아름다운 모습이다.

논과 밭이 중심이 되면서 전통적인 산수에서 주인공으로 표현되던 산은 자연스럽게 뒤쪽 배경으로 물러났고, 드문드문 자리잡은 집들은 자연과 공존하며 소박하게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을 나타낸 것이다.

수묵을 이용한 산수화라는 뻔한 장르임에도 나무, 산 등의 표현에 있어서 부벽준, 피마준, 미점준 등과 같은 정형화된 준법을 사용한 관념산수와 달리 실제 풍경과 근접한 묘사를 위해 작은 점들을 반복적으로 쌓아 올려 마치 소묘와 같은 느낌을 주면서도 일정한 간격의 곡선을 이용해 논밭을 과장되게 표현함으로써 현실적인 느낌과 비현실적인 느낌을 동시에 드러내었다.

우리는 눈 앞에 실재하는 풍경을 보고 있으면서도 그것이 평소 너무나 자주 보았던 것과 비슷한 모습이기에 이미 머릿속에 각인된, 자주 보아왔던 풍경의 모습으로 기억한다. 눈으로 보고 있는 것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기억하고 있는 것을 느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풍경을 마주하고서도 친숙한 느낌을 갖게 된다. 처음 본 곳이지만 낯이 익고 익숙한 모습에 어쩐지 마음이 편안해진다. 이름도 알 수 없는, 어디선가 많이 본 듯 해서 인상에 깊게 남지도 않는 작은 시골 마을이지만 그 안에도 이야깃거리가 있고, 아름다움이 있다는 것을 함께 느끼고자 하였다. 대자연에 순응하고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고자 하는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다.

 

우리는 직업에 상관없이 누구나 삶의 무게를 안고 살아간다. 특히나 예술가의 삶은 치열한 필드에서 살아남아 최후의 왕관을 얻기 위한 몸부림에 가까우며, 가열찬 희생과 책임을 동반한다. 아름다움을 최선의 가치로 여기고 자신만의 내적 세계를 탐구하는 무겁고도 미적인 삶이 그것이다. 오래 전부터 예술 제국 건설과 살롱 문화 부흥을 목표로 작업을 진행해온 나는, 국경도 없고 국민도 없는 나만의 작업세계를 연출하며 살아가는 고독한 여왕과도 같다. 꼿꼿한 의지와 투명한 내면세계를 유지하면서 세상에 섞여 살아가는 것은 상당한 책임을 요하며, 왕관을 얻지 못할 만일의 미래에도 흔들림이 없어야 한다. 이러한 존재적 성찰은 숨이 붙어있는 순간까지 예술에서 손을 떼지 못할 나라는 자아에 대한 정기적 의식이나 다름없다.

논
집
마을
마을
밭

이 한 정

 

2005 이화여자대학교 조형예술대학 한국화과 졸업

2009 중국 북경 중앙미술학원 대학원 산수화과 석사 졸업

 

개인전

2015 ‘Familiar Scenery’, 8street 갤러리, 서울

2014 ‘Unfamiliar scenery’, 청림갤러리, 광명

2010 ‘전원’, 공화랑, 북경, 중국

 

그룹전

2015 ‘Reload’, 갤러리일호, 서울

‘광화문르네상스’, 조선일보미술관, 서울

‘YAP Returns’, 폴레칸네갤러리, 서울

‘꿈과 마주치다’, 갤러리일호, 서울

‘Love&Respect’, AK갤러리, 수원

‘逸香盈素’ 청년여성예술작가전, 염황예술관, 북경, 중국

2014 대한민국 현대미술총람전, 인사아트프라자갤러리, 서울

서울국제미술협회 한일교류전, 동경도미술관, 동경, 일본

제16회 단원미술제, 단원미술관, 안산

2013 ‘열림 開門’ 재중한인미술협회창립전, 주중한국문화원, 북경, 중국

‘세계의 수묵’ 국제수묵교류전, 중국화산업기지, 심천, 중국

2012 삶의 표현전, 인사아트프라자갤러리, 서울

2011 ‘Return to Korea’, 무등갤러리, 광주

2010 ‘She’s Vision ’ 당대예술여성작가초대전, 성도 역, 성도, 중국

‘니하오! 山水’ 한중일산수화교류전 , 주중한국문화원, 북경, 중국

CUVE 제 2회 옥션파티, 798 갤러리 스페이스 DA , 북경, 중국

광주아트페어, 김대중 컨벤션센터, 광주

T. Café 신진작가 기획전, 798 T. Art Center, 북경, 중국

‘36.5℃’ 주중한국문화원 미술품 자선경매, 주중한국문화원, 북경, 중국

2009 ‘全心全意’, KU아트센터, 북경, 중국

CUVE 제 1회 옥션파티, 798 갤러리 스페이스 DA, 북경, 중국

A-1 Grand prix 2009 Exhibition, 상해 圣菱 갤러리, 상해, 중국

‘She’s Vision’ 당대예술여성작가초대전, 중경 강산미술관, 중경, 중국

2008 ‘피어나다’, 갤러리 각, 서울

대안공간 도어 기획공모전 ‘I..am..?’, 대안공간 도어, 서울

중앙미술학원 중국화과 대학원 국제교류전 ‘동행’, 주중한국문화원, 북경, 중국

중앙미술학원 석사생 10인 그룹전 ‘묵연’, 금산 갤러리, 북경, 중국

중국문화부 주최 ‘동아시아 시각예술전’, 수도도서관, 북경, 중국

신진작가 프로젝트 ‘가늠을 보다’, 갤러리 우림, 서울

아시아대학생예술전, 금일미술관, 북경, 중국

08송좡예술제, 송좡 원창예술센터, 송좡, 중국

2007 중앙미술학원 산수화과 사생전, 중국수묵예술연구원, 산동, 중국

이한정, 가나자와 유나 2인전 ‘景 靜 境 鏡’, 798 Margine Arts갤러리, 북경,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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