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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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은
서울 출생(1989)
Mobile: +82 10-9146-9289
E-mail: staroox2@naver.com
Web: https://www.facebook.com/The.Pixist
학력
2012
동국대학교 예술대학 미술학부 서양화과 졸업
전시
단체전
2015
<ASAF 아시아프 청년 예술 축제> , 문화역서울284
<그리고 전시>, 그리고 프로젝트
2014
<헬로우 문래 25x25 캠페인>, 치포리
2013
<신 발전>, 부평 역사 박물관
2012
<ASAF 아시아프 청년 예술 축제> , 문화역서울284
작가 노트
사라져가는 주변에 관한 이야기
나는 수많은 것들 가운데서 과연 무엇을 그리는 사람인지 궁금했다. 그래서 나의 주변부터 그리기 시작했다.
내가 선택한 사물과 풍경들은 ‘낡고 허름하거나, 시들어 가는 것들’이었다. 내 주변은 그런 것들로 이루어져있었다. 왜냐하면, 나는 떠나거나 버리는 것을 어려워하는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그리기 전까지 나는 알지 못했었다.
내가 어릴 적 아버지는 버리는 것에 상당히 예민한 사람이었다. 간혹 어머니가 무엇을 버리기라도 하면 늘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났다. 그 탓에 내 방에는 의미부여를 해놓고 없애지 못한 물건들이 쌓였다. 버리면 나쁜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있었다.
그러나 세상에 모든 것을 버리지 않고 살 수는 없다. 내가 그런 사물과 풍경을 그리는 이유는, 소중해서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버리기 위해서이다. 그리고 나면, 버리거나 떠날 수 있을 것 같았다. 작은 획들로 이루어진 미지의 공간 안에 그것을 그려 놓으면 왠지 마음이 편해졌다. 그것은 버려지는 것이 아니라 새로 만들어져 갔다.
처음에는 곧 사라질 풍경과 사물을 붙잡아 두고 싶다는 생각에서 그렸다. 그리다 보니 그 장소나 사물이 실제와는 다른 분위기를 풍기고 새로운 의미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더 이상 허름하고 버려질 안타까운 것이 아니었다.
2014년 작업은 개인적 트라우마(trauma)와 관련된 ‘버리지 못한’ 사물에 관한 것이라면, 2015년 <동네 드로잉>작업은 지난 작업 중에서 ‘떠나지 못한’ 것에 초점을 맞춘다.
나는 한 동네에서 20년 넘게 살았다. 스스로를 가두어 둔 것도 아닌데, 떠나지 못했다. 익숙함도 좋았지만 떠나는 것이 두려웠다. 떠났을 때 남겨지는 사람들에 대한 걱정과 변화를 두려워하는 성격 탓인지도 모르겠다. 내가 그래서 인지 그리려고 찍은 사진 대부분이 닫혀 있거나 막혀있는 곳들이었다. 지난 1년 동안 내가 사는 동네와 자주 가는 동네, 그리고 생애 처음으로 여행한 부산의 동네를 사진에 담았다. 헌데 막상 사진을 보면 내가 찍은 그곳들은 모두 한 동네 같다. 익숙함만 쫓았던 것이다.
이제 그 동네들은 ‘떠나지 못한 곳’에서 ‘떠날 수 밖에 없는 곳’이 되어가고 있다. 즉, 사라지는 것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동네들이 사라지기 전에 평범하지만 다시 만들 수 없는 풍경인, 그곳을 내 공간 속에 새로 담는 작업을 시작한다. 내가 떠나지 못했던 공간들은 그려짐으로써 기억 속에 새로운 공간으로 만들어진다. 나의 작업은 내가 가진 트라우마에 관한 극복이자, 동시대에 주변에 관한 기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