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안선
그림은 내면을 비춰보는 거울이다.
1. 스스로를 빈껍데기라고 생각되었을 때 그렸던 그림이 있었다. 턱을 괴고 정면을 바라보고 있는 아이를 그렸다. 작업을 놓고 있던 때 급하게 준비한 그림이었는데 아무것도 담긴 것 같지 않아서 그려놓고 미워했다. 그런데 전시가 시작되고 그 그림을 더 찾는 사람들이 있는 거다. 화가 났고 그 그림이 더욱 미웠다. 내가 가치 있다고 느꼈던 그림은 외면당했었는데 빈껍데기라 생각한 그림에는 왜 이런 반응을 얻었는지 이해되지 않았다. 그리고 한 1년 뒤 무심코 작업해둔 이미지를 찾아보다가 알아차렸다. 1년 전 비어있던 내가 그대로 앉아있더라.
그림에는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았든 자신이 담긴다는 것을 깨달았던 순간이다.
또 그 그림을 찾던 사람들도 그 그림 속 아이를 찾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공허한 상태를 그림 속에서 발견했기 때문에 그런 반응을 보여준 것이라 생각되었다.
2. 예전에 <탓>시리즈를 작업할 때 일이다. ‘왜 공포스러운 그림을 그리지?’라는 질문을 받고는 답을 할 수 없어 당황했던 기억이 있다. 당황했던 이유는 난 공포를 의도해 작업한 적도 없었고 무섭게 조성하려고 고심한 적도 없었기 때문이다. 왜 내 그림에서 무서움을 가장 먼저 느끼고 발견할까 한참이나 골몰한 끝에 답을 내렸다. 나는 언제나 상황을 그려낸다고 생각했다. 내가 그려내는 것은 무대 위 연극의 한 장면처럼 상황을 담으려 했다. 그러나 그 안에서 느낀 공포나 두려움은 나의 것이 아니다. 내가 담은 것이 아니라 관객 자신 안에서 올라온 공포인 것이다.
3. 깊은 곳에 숨어있던 상처는 대면했을 때만이 치유하고 회복될 수 있다. 외면하고 싶은 상처의 순간들, 자신도 모르게 숨겨진 자신의 모습을 대면하게 되는 순간이 그림 앞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은 매력적인 일이다. 나의 숨은 뒷면이 비춰지던 거울이 누군가에게 ‘작가의 뒷면’이 아닌 ‘자신의 뒷면’을 비춘다는 것을 전해 들었을 때 내가 멈추지 않고 작가의 길을 갈 수 있도록 해주는 가장 큰 동력이 되어주며 오랫동안 찾고 있었던 나의 쓸모를 확인하게 한다.
4. 놀이에 빠져있던 아이를 그리는 <뭐하니>시리즈를 작업하며 나도 몰랐던 사실을 들은 적 있다. 아이가 자라고 있다는 것이다. 세 살에서 다섯 살쯤 되어보이던 아이가 이젠 족히 일곱 살은 되어 보인다. 의도하지 않았던 변화였다. 그래서 더 지켜보고 싶은 변화이다. 어쩌면 결혼도 하고 꼭 닮은 아이도 그림에 나타나는 것 아니냐는 농담도 들었다. 또 어떻게 변하게 될지 나도 모른다. 그런데 그림 속 아이가 언젠가는 나를 떠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그만 그리겠다는 내 결심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는 순간이 올 것이다. 그 순간이 올 때까지 그림 속 아이는 계속 변하게 될 것이고 나는 여전히 지켜봐줄 것이다.
5. 작년 어떤 여행에서 만난 사람이 이야기한 문장이 여전히 남아있다.
“진지하되 심각하지는 않게-”
내게 그림을 대하는 자세를 혹은 삶을 대하는 자세를 귀뜸해 준 것 같았다. 누군가에게 진지한 농담을 전하는 그림이 되었으면 좋겠다. 진심이 담긴 농담처럼 진지하되 심각하지는 않게.
도통 알 수 없던 자신의 마음에 실마리를 잡게 되었을 때의 고요한 기쁨을 알고 있다. 나의 그림이 어떤 이들에게는 자신의 마음을 비추어줄 거울로 존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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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안 선 (KIM AN SEON)
학력
2012 배재대학교 미술학부 서양화과 졸업
2008 대전예술고등학교 졸업
개인전
2014 개인전<마음을 비추다> APIC갤러리/ 대전
2014 개인전<어린시인의 밤> 갤러리 HOSA/ 대전
2013 개인전<부서진 세계-뭐하니> 갤러리 HOSA/ 대전
개인부스전
2013 제1회 대전국제아트쇼, 대전
단체전
2014 <여행2015전>, 갤러리엠 / 서울
2014 <제15회 대전드로잉협회전>, 이공갤러리 / 대전
2014 <2014청년작가전>, 대전MBC갤러리 / 대전
2013 <2013청년작가전>, 대전MBC갤러리 / 대전
2012 <AHAF/HK12·아시아 탑 갤러리 호텔 아트페어>, 금산갤러리 / 홍콩
2012 <미술이떠든다>, 당안리극장/ 서울
2011 <Very, Vary>, 금산갤러리 / 서울
2011 <Joyful!2011>, YIAN갤러리 / 대전
2011 <ASYAAF 2011 : 아시아프 2011>, 조선일보. 문체부 주최 / 서울
2011 <UniverCity>, YIAN갤러리 / 대전
2010 <남을위해살자!>, 홀스톤갤러리 / 대전
수상
2013 제25회 대전광역시미술대전 부문대상
tel. 010-8492-1479
E-mail_ ansony117@naver.com
address_ 대전광역시 서구 도마동 63-1